1496

이전/solomon 2005. 5. 7. 08:10






어느날 문득 옛날 일을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어느새 그 모든 아픔은 과거가 되었고
난 지금 관대하게도 그걸 추억이라 말한다

결국 모든 기억은 가물가물해져가고
빛이 바래가고 있는데도
재생하려 하지 않는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전혀 추억이라고 말 할 수 없을텐데...

그게 사랑이었다고 말할텐데...


지난 추억을 생각하며... 작은 notebook 에서




다.... 지난 이야기지만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달빛이 교교한 밤이면 마루 끝에 나와앉아
너도밤나무 사이 밤하늘 구름 위에
보이지 않는 얼굴을 그려보곤 했어요.

머나먼 하늘을 향해 핏빛 울음도 토해보고
절절한 그리움 활자에 박아 머얼리 던져보기도 했던 일

가다 가다가 다시 나 있는 이 하늘로 되돌아온
내가 보낸 가엾은 언어조각의 파편들

바늘이 되어 심장을 찌르고 후벼파고
비수가 되어 심장 한켠을 도려내고
그렇게 그렇게 난 조각나고 퍼렇게 날선
나의 언어에 살을 베이고 피흘려가면서
아무도 모르게 내 사랑을 깊숙히감춰놓았습니다.

생각이 많이 나네요.
어젯밤의 독한 술기운인가요.
가슴 한 가운데가 찢어질 듯 아픕니다.

다 모르는 척 하려고 두 눈을 감으면 감는대로
눈꺼풀이 뜨겁고 무거워집니다.

목은 차오르고 가슴은 답답하고
그리고 멍하니 내가 얼마나 독하지 못한 사람인가를
새삼 재인식하기 이르릅니다.

때로는 모든 것을 초탈한 양, 대수롭지 않은 양
살아가는 일이 하루하루 내 목을 더 세게 죄어오면 죄어올수록
난 마치 반사적으로 의도적으로라도
당신을 기억해내려 지독히도 애썼습니다.

우리가 만난 처음..
우리가 공유했던 시간들
우리가 함께 있었던 공간까지도
그리고 우리가 나눈
말.. 웃음.. 음악.. 커피.. 불빛.. 풍경.. 느낌..
그 어느 하나라도
죽기 직전까지는 결코 잊는 일 따위 하지 않으리라고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내 기억속의 당신의 잔영은 자꾸만 흐려져 갑니다.

마치 비를 잔뜩 맞아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는,
도화지에 그린 초상화 처럼
그렇게 처참하게
온전히 기억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렸나 봅니다.

나도 생활인이고 일상 속에서의 내 현실이라는 것도 있는데
마냥 하릴없이 당신을 생각하고 그리워할
그렇게 한가하고도 낭만적인 여유가 이제 제게는
그리 남아있지를 못하나봅니다.

당장 하루가 전쟁이고 일주일이 생계현장이며
한달이 삶을 유지해주고 연명하게 해주는
생명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신을 아예 깡그리 다 잊어버린 것은 아닙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여자는 스스로 먼저 멀어져가고 먼저 눈물 흘리다가
먼저 시나브로 잘도 잊어버린다.
기억조차 없어한다고.

여자는 냉정하고 이기적이며 극히 현실적이라고
현재의 사랑밖에 모른다고
과거는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변명하지는 않을께요.
단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해명할 기회를 주신다면....

우선 챙겨야할 식솔들을 너무 많이 거느리고 있다는 점
한가로이 주점에 들어가
독주라도 시키고 담배 한 개피 피워물며
연기 한모금 공중으로 피워 올릴 때마다
고개들어 천정을 바라보며
지나간 그 사람을 생각하고 있을만한 그런,
현실적 여건이 별로 허락치 않아요.

만약 어느 여자가
단단히 맘먹고 하루 짬내어 그러고 있더라도
보는 사람들의 그 숱한 의문이나 비난의 시선은
아마 무고한 억측을 불러 일으키기에

넉넉한 근거가 되줄 것같은 이 세상..
이 사회의 쑥덕거림들

여자는 아예 그럴 빌미를 제공하는 일 조차를
자신이 자신에게 스스로 허락지 않는 것이겠죠.

그럴 여유와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집에 얼른 들어가
애들 맛있는 간식이라도 만들어줄 것이지 라는 통념
그걸 여자도 잘 아니까

아예 그런 시간이 여자에겐 존재하지도 못하고
그러다보니 여자는 쉽게 잊는다고
지극히 현실적이고 가족이기주의라고
자기네들이 그렇게 임무를 주어져 놓구서
여자에게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여자는 어느 날, 도마 위에 무우를 가지런히 썰면서
찌개 속에 두부를 듬성듬성 저며 넣으면서,
매운 대파를 썰어넣으며
매워서 눈물이 나는 척하며 그렇게 속으로 웁니다.

국솥의 뚜껑을 열고
양지머리가 다 익었나 얼굴을 디밀은 순간,
얼굴 위로 화악 달겨드는 그 뜨거운 국물의 김을 쏘이는 순간
주방 천정을 향해 고개를 높이 쳐들며
뜨겁다를 중얼거리는
여자의 눈속을 가까이서 한번 깊숙히 들여다보십시오.

그 여자.. 뜨거운 것이 부질없이 흐르려는 것을
황망히 눈속으로 도로 집어넣는 순간입니다.
그걸 아셔야 합니다.

방금 구워낸 뜨끈뜨끈한 굴비살을
두 손가락으로 발라놓으면서
가족들의 기름이 좌르르 흐르는 하얀 쌀밥 위에
노릇한 굴비살을 얹어놓아주면서
맛있지를 연거푸 확인해보며
연성 현재의 삶의 행복을 재차 다지고 싶어하는
그런 여자의 심리 저 깊숙한 곳에는

나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아내고 있어요라는
보란듯이 행복하게 잘 살거라는,
강한 자기암시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룰루 콧노래를 부르며 설겆이를 끝내고
무식한 아줌마처럼 손뼉을 쳐가며
박장대소해가며 TV에도 빠져보고
밤이 깊어 가족들 다 재우고,
문단속하고, 낼 아침 쌀 씻어놓고,
낼 아침 자반고등어 재워놓고
그리고 심야 드라마보면서 마른 빨래를 개키며
연속극이 너무 슬프다며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그 이면에는

말할 수 없는
결코 그 누구에게도 함부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복잡한 심경이 깊숙히 녹아스며들고 있었음을

그럼에도 얼른 일어나 밤세수 밤양치질 하고
흐르는 수돗물에 얼굴 디밀고
세찬 물소리 안에서 한참을 울고 나서
수건으로 얼굴 닦고 그리고는 다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여자가
현실적이라면, 과거를 잊은 거라면
그렇게 생각하십시오.

이것이 현실적이라면 그렇다 하더라도
이것 하나만은 기억해주시기를
어제처럼 깊은 밤,
혼자 식탁에 앉아 독주를 목에 넘기는 순간에만은
당신에 대한 한 가닥 그리움의 질긴 실밥

얼마나 질긴지 도저히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알 수 없는 인연의 처절한 실밥
어쩔 수 없음에 두발 듭니다.

진실로 당신을 많이 생각하고 있음을
염려하고 있음을
그리고 오래 사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또한 한번쯤은 내 얼굴을 그리워해주기를
많이 보고싶어 해주기를

아무도 없는 밤 내가 기억해내는 사람
내 얼굴을 기억해주는 사람
이 밤도 편안히

다른 뜻은 없고 오직 그거 하나
당신 오래오래 사는 것,
건강하게

그것 뿐


어떤여자님의 칼럼에서



수많은 얼굴들 중에서
당신의 얼굴을 찾는 나를 보며
또다시 나의 어리석음에
소리없이 눈물 흘리는 날이었습니다.

이제는 잊을수 있다고 이악물고 다짐했던
내 울타리안의 힘겨운 몸부림도

오늘처럼 바람 불고 잠못 이루는 새벽이면
내 텅빈 가슴은 더욱 그리움으로 채워집니다.

이런 날이 잦아들면 삶도 힘들어 진다는 진리를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버린 쓰라린 고통은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끝이 보일런지요.
그 끝에 서 있는 나는 웃을수 있을런지요.

앞을 가늠하기 힘든 나날입니다.

수줍게 피었던 목련도 이젠 떠날 준비를 하는데..
화사하게 피었던 벚꽃들도 이미 잎을 떨구며 가는데..

내안에서 숨쉬며 사는 당신은 언제 가시렵니까..

여름장마의 빗줄기와 함께 가시렵니까..
길가에 뒹구는 낙엽과 함께 가시렵니까..
눈덮인 겨울이 오면 떠나시렵니까..

그대 내게서 떠나소서....

























 

조관우 - 눈물


첫 번째 글은 선한 님이 남겨주신 글 입니다

두 번째 글은 몽실 님이 남겨주신 글 입니다

세 번째 글은 별이되어 님이 남겨주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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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omoon의 1495번째이야기

이전/solomon 2005. 5. 7. 00:35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젊은 날을 마음 아프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월에 피는 꽃도 있고 오월에 피는 꽃도 있다

때가 되면 누구에게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인생은 먼 길이다


박범신 / 젊은사슴에 관한 은유




비온 뒤의 촉촉한 풀냄새가 나는 사춘기

조숙했던 나는 세상이 생긴 이유에서부터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까지

온통 궁금한 것 투성이었다.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궁금하긴 했지만 드러내어 묻지 못하는 부끄러움 때문에

동화 같은 이야기만 머릿속으로 그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봄기운에 지쳐 졸고 있는 우리들에게

국어 선생님께서 물었다.

"너희들은 사랑이 무언지 아니?"

선생님의 느닷없는 질문에 졸음이 확 달아난 우리들은

서로 말똥말똥 쳐다볼 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뒤 선생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곧 오월이 오면 라일락 꽃이 필거야.

하얀 라일락꽃은 아름답고 향기롭지.

누구나 그 향기를 맡으면 행복해지고

구름 속을 날아다니는 것처럼 들뜨게 돼.

하지만 그 아름다운 꽃을 한 움큼 따다가 입 속에 넣고 깨물어 봐.

너무나 쓴맛에 도로 뱉어 버리게 될 거야.

사랑이란 바로 이런 거란다.

겉모습은 아름답고 향기롭지만

진짜 사랑을 맛보게 되면 쓰디쓴 고통을 겪어야 해.

그 고통을 겪어 내야만 참사랑을 얻는 거란다.

너희들은 부디 향기에만 취하지 말고 참사랑을 하길 바란다."




"아는 것과 깨닫는 거에 차이가 있다면

깨닫기 위해서는 아픔이 필요하다는 거야,"

.

깨달으려면 아파야 하는데,

그게 남이든 자기 자신이든 아프려면

바라봐야 하고, 느껴야 하고, 이해해야 했다.

그러고 보면 깨달음이 바탕이 되는 진정한 삶은

연민 없이 존재하지 않는 거 같았다.

연민은 이해 없이 존재하지 않고,

이해는 관심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관심이다.


공지영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중에서





















 

Julienne Taylor - Love Hurts


첫 번째 글은 단애 님이 남겨주신 글 입니다

두 번째 글은   님이 남겨주신 글 입니다

세 번째 글은 소유 님이 남겨주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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