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기술

이전/Success 2005. 5. 19. 10:56
입력 : 2005.05.01 21:42 53'












▲ 최정화 ·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
요즈음 북핵·독도·교과서 문제 등 각종 현안을 접하다 보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경쟁력이요 나아가 국력이라는 생각이 절실히 든다.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알리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중요성은 이미 정치·외교·사회는 물론 과학기술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인식되고 있다.

이제 우리의 경쟁력은 의사전달 능력과 비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황우석 교수를 들 수 있다. 연구 업적도 탁월하지만 상대방 눈높이를 고려하여 말하는 타고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그의 경쟁력 중 하나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불어로 사부아르 페르·savoir faire)에 그쳐서는 안 되고, ‘무엇을 하는지 알리는 것’(페 사부아르 faire savoir)이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은 물론 상대방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적절한 설득 전략을 개발할 줄 알아야 한다. 또 호소력 있는 메시지를 만들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도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말을 할 때 상대방을 염두에 두고 상대방과 같이 나누고자 하는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한다. 독백이 아니고는 진공 상태에서 대상도 없이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내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고 남의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독선이요, 의사소통의 기본이 되는 발신자의 메시지에 대한 수신자의 반응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다.

반응이란 수신자가 메시지 내용을 해석한 후 이해한 내용이며 느끼는 감정이며, 메시지가 어떻게 접수되었고 해석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때로는 자신의 발언의 진의가 왜곡되었다고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상대방의 피드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수신자가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반응을 했다면 억울해하기보다는 의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노하우를 재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노하우는 첫째, 메시지를 잘 준비해야 한다. 둘째,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상인 수신자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다. 셋째, 메시지 전달 어조의 선택은 효과 면에서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예측 불허인 여러 경우의 수가 있으나 우리 모두가 알아두면 도움이 될 두 가지 상황에 대해 살펴보자. 상대방으로부터 모욕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으뜸은 무시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웃어넘기는 것이며, 그럴 수 없다면 더 세게 받아 치는 것이다. 위기에 처했을 때는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나? 발단 초기에 진상을 통째 한 번에 알리는 것이 관건이다.

얼마 전 유럽의 한 경제 장관이 불법도 아닌 아파트 임대료 문제로 취임 두 달 만에 낙마한 것이 해명을 제때에 못했고 위기 대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보도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반면 한국에서 모 인사가 재산취득 경위에 대해 발단 초기 한 번에 다 밝힌 것은 위기 대처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을 알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느냐가 향후 추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들이다. 이제는 ‘사부아르 페르’를 넘어서 ‘페르 사부아르’가 더없이 중요한 경쟁력이다.


출처:http://www.chosun.com/editorials/news/200505/2005050102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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