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 사태를 널리 알아보고 널리 의견을 들어 본 다음에 타당한 이유와 근거라는 것을 점차 형성하게 되어서 모종의 입장을 취하고 한 가지 주장을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쪽이 합리적이고 토론가능한 주장을 갖는 방법이다. 과정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비판받거나 지적받거나 모르던 정보를 들으면 수정하고 더 나은 것으로 바꾸고 정리할 수 있는 쪽도 이쪽이다.
다른 한 쪽은 그런 일련의 준비과정없이 '왠지 내 생각에 이게 옳아 보여서' 내지는 '내가 이것을 문제없다고 여기므로' 혹은 '내가 이것을 하기 때문에' 또는 '그냥' 나오는 주장들이다. '이건 이러이러하다고 생각해' 라고 말한다고 하더라도, 그냥 문득 그 생각만 머릿속에 든 것이라면 그게 옳을 이유가 없다.
생각이 먼저 든 다음에 그게 옳은 이유를 나중에 가져다붙이자면, 그 주장의 타당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얼마든지 가져다붙일 수가 있고 손볼 수가 있다. 그건 자기 입장이 옳든 그르든 강화할 거리를 찾아 변호하는 무도덕 변호사식 이유만들기이다. 그렇게 나중에 이유를 끌어맞춘 주장은 합당한 과정을 통해 도출된 주장이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 주장을 뒷받침하는 방식만 익혀간다면 그런 사람은 영영 자신이 '일단 내놓은 주장' 에 대한 이유를 '나중에 끌어다 맞추는' 방식을 고치기가 힘들어진다.
상대방이 정말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주장을 손보고 있는가, 아니면 자기 말이 맞다는 걸 중요시하고 이유를 끌어맞추려고 하는가 구별되는 표식이 하나 있다.
A가 어떤 주장을 했고, B는 ('당신의 의견이 틀렸다' 라고 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미처 고려하지 못하고 빠뜨린 정보를 제시해 주었는데, 이 경우에 A가 '그래도 그런 것만 빼면 내 말이 맞잖아요' 라고 대답하는 것. 중요한 건 누구 말이 맞느냐가 아니라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실질적인 문제를 잘 반영하고 있는가이다. 만약 B가 '그래요, 그런 것만 빼면 당신 말이 맞아요' 라고 해주면, 기뻐할텐가? 고려하지 못한 정보를 빼고 맞춘 건 자랑스러운 게 아니다.
자신이 미처 고려하지 못한 변수가 있어서 자신의 주장이 흔들린다면, 자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데 '위기감' 을 느끼고서 변호할 방법을 찾아 헤매지 마라. 그건 주장을 더 고민해봐야 한다는 뜻일 뿐 전혀 위기가 아니다. 자존심에 대한 위기감으로 느끼고서 자기 방어에 쏟을 노력을 거두어라. 그리고 그 변수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고 그 변수를 포함시킬 때 상황판단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 지를 생각하는 데 그 노력을 쓰라.
어떤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든 정보를 완벽히 쥐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자신이 고려하지 못한 관점과 고려하지 못한 정보가 나오게 되고 자신의 주장과 이야기가 흔들리게 되는 일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그럴 때 '그건 미처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중요한 부분이군요. 그걸 고려한다면.. 이런 이런 쪽으로도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거군요' 라고 자신의 의견을 더 세분화하고 정정하려는 태도를 가져라. 혹은 생각해본 결과 그 변수가 그리 중요한 것 같지 않다면, '그건 몰랐던 사실이지만 그게 존재한다고 해도 특수한 경우라서 크게 보긴 어려울 것 같아요' 라며 그 변수에 대해서 고려해 본 후에 거부하라. 중요한 건 '내 말이 맞냐 아니냐' 가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와 근거를 통하여 합당한 결론을 내려는 사고과정을 거치는가이다.
그런 사고과정을 중시하게 되고 몸에 익히게 된다면, 더이상 자기방어를 할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열린 사고로 정보와 의견을 흡수하고 판단하는 그 모습은 누구 앞에서도 방어할 필요가 없는 당당한 것이 될 테고, 그런 사람이어야 의논하고 토론할 상대로 환경받을 것이다. 스스로의 생각도 체계적으로 건설되고.
주장을 할 때, 그 주장을 하기까지 무슨 정보와 무슨 생각의 과정을 거쳤는가를 생각하라. 어떤 생각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면, 그 생각이 맞는가 아닌가부터 탐구하라. 근거 없는 주장을 그냥 해놓고 그 말을 고수하려고 매달리고, 맞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고, 이유를 끌어맞추고... 그런 모습이야 말로 자기방어가 더더욱 필요할 정도로 어리석은 자존심을 드러내 버린다. '네가 맞다' 는 말만이 목표인 사람에게 '주장' 은 이미 '말 하려는 바'가 아니라 '맞다는 소릴 듣기 위한 도구' 일 뿐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맞다는 말이 나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더 우선시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사람말이 분면 맞는 말이지만 자존심때문에 왠지 자기가 불리 할것 같은 것 같기에 ... 섣불리 맞는 말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기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될때 맞다는 말을 하지요.
정말 서글픔니다. 올바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인정받지 못하고 남에게 맞추어 말하는 사람들이 인정받는 시대에서 우리에게 말의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해 서글픈 생각만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