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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 다른 일을 방패막이로 내세움. 잘못된 일에 대해 다른 일의 탓으로 둘러대는 변명.
이유 : 까닭, 사유, 구실이나 변명.
변명 : 사리를 분별하여 똑똑히 밝힘. 잘못이 아님을 사리로 따져 밝힘.
辯 분별할 변, 쟁론할 변 / 明 밝을 명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고 나온 책의 제목은 사실상 「소크라테스의 변론」이 되었어야 한다고 어떤 분과 대화한 적이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변명을 한 게 아니라, 자기 행동의 타당한 이유를 댄 거니까" 라며.
그런데 찾아보니 사전 원뜻의 '변명'은 오히려 소크라테스의 입장과 어울리는 말이군요. 그가 아테네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타락시킨 게 아님을, 자신의 토론들이 잘못이 아님을 분별하여 사리로 따져 밝힌 것이니까요.
그러나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사용하는 의미는 별로 그렇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상대방의 잘못이 진짜 잘못이건 아니건 간에 사과를 먼저 듣고자 할 때에는 '변명하지마!' 라고 말하게 되고(그건 사실 잘못이건 아니건 이유를 대지 말라는 뜻과 같습니다.) 어느새 변명이라는 것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뉘앙스를 가지면서 굳혀진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잘못하지 않은 행동임에도 사태가 꼬이는 일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럴 때에는, 그 행동의 당사자는 자기 행동의 이유들을 대어서 그 행동이 잘못이 아님을 밝히려고 하고 싶겠지요.
어떤 경우에는 자기 개인에게 아무리 타당했건 말건 간에 문제의 요인이 되었으면 이유를 구구히 밝히기보다 사과하는 게 나은 때가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자세히 그 이유와 사리 분별을 따져 그게 죄가 아님을 밝히는 게 나을 때가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까지도 '변명하지마!' 라고 한다면 소크라테스처럼 아테네 시민들의 분노의 형벌로 처형당하는 경우에 빗댈 수 있겠지요. 뭐랄까, 그게 정말 잘못인지 아닌지를 따져보기도 전에 자기가 싫으면 무조건 벌주려고 하는 것과 같달까요.
핑계라는 것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둘러댐입니다. 사전적인 뜻으로건, 사회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상황에서건, 안 하는 게 서로의 신뢰를 쌓는 데 좋죠. 자기 잘못을 덮을 핑계를 대는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즉시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질테니까요.
'변명'은 필요할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 ㅡ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구별해야 한다, 그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는 한데, 아무래도 변명이라는 단어에 굳어진 부정적 뉘앙스는 잘 안 바뀔 것 같아서, 이렇게 표현해볼까 싶습니다.
이유를 찬찬히 꼽아보아야 할 때가 있다 ㅡ 그리고 그럴 때의 이유마저 핑계나 변명이라고 묻어버려선 안 된다 라고.
핑계의 목적은, "그러니까 난 잘못이 별로 없어"라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 데 있습니다. 비난을 피하는 데 사용되고, 반성하는 데 사용되지는 않지요.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의미로의 변명도 그런 종류로 여겨집니다. 자기 변호용 둘러댐으로 인식되고 있지요.
그러나 과오건 아니건 모든 행동에 있어 '변명/핑계' 만 있을 뿐 들을만한 '이유' 가 전혀 없는 경우는 없습니다. 자기 변호를 할 생각 없어도, 반성을 하려고 충분히 겸허하게 마음을 잡고 있어도, 사죄할 마음상태로도, 행동의 '이유' 라는 것은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행동의 이유를 꼼꼼히 짚어보지 않고서는 그 행동을 반성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를 말해보라는데 '변명하는 건 구차하니 그냥 반성하겠다' - 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정말 진정으로 반성하고 다음 번에는 안 그럴 거란 신뢰가 전혀 안 생깁니다. 지금 반성은 하고 있을 지언정, 이유를 꼼꼼히 생각해보고 상대방에게 말해 보지 않은 자 (물론 사과를 받을 상대가 듣고자 할 경우에) 가 그 이유들을 다음 번에는 어떻게 제어할 것이며, 다음 번에는 그 이유들이 있음에도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아무 믿을 구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기방어적인 변호나 변명, 둘러댐이나 핑계는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잘못을 해놓고도 반성하고 싶다기 보다는 이해받고 싶다는 태도, '난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게 아니예요' 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태도를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그러나 이유는 듣고 싶습니다. 누군가 뭔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어째서 그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왜 다른 방법이 아닌 그 방법을 선택했는지, 그래서 결과를 보니 무슨 생각이 드는지, 앞으로도 똑같은 이유가 생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할 생각인지, (제가 꼬치꼬치 묻는 건 물론 아니고, 저는 그냥 듣는 쪽입니다), 이런 점들을 다 꼼꼼히 생각하는 사람이야 말로 진짜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걸 신뢰할 수가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었느냐고 묻는데, "말해봤자 핑계죠, 뭐" 라거나 "변명하고 싶지는 않아요" 라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거리감과 약간의 불신감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앞으로도 잘 할 지 앞으로 그 과오를 또 반복할 지 저로선 알 수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내게 그 사람은, 언제든 그 잘못을 반복할 수 있는 사람과 똑같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식으로 말한 사람은 종종 한 실수를 또하고 또하고 또하는 것을 경험적으로 많이 겪었고, 반대로 자신이 그 과오를 범한 이유들을 자세히 말하고 나서 반성한 사람들이 오히려 같은 잘못을 다시는 안 하더라는 것도 이미 많이 겪은 바입니다.
자신의 과오의 '핑계'나 '변호'가 아니라, [이유] 를 생각하고 따져보는 건 중요합니다.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었거나 잘못이 되었더라도, 그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는 버려선 안 될 이유도 있을 수 있고, 꼭 재고해 봐야 할 이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비슷한 상황이 다시 오지 말란 법도 없으니 비슷한 이유가 다시 자신을 압박할 때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려면, 그 수많은 이유들을 한 번 따져봐야 다음 번의 과오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미안해하고 아무리 반성한다고 말해도, [다음 번에 그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없다면, 아무래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순간 미안해하고, '반성하자'는 생각을 갖고 그냥 그런 기분상태로 축 움츠려 있는 건 너무나도 간단합니다. 이유를 말하자니 변명처럼 보일까봐 마치 모든 걸 책임지고 감수한다는 듯 입다물고 있는 것도 의외로 간단합니다. 그냥 조용히 축처져 있으면 그만인 것이죠.
진정 어려운 것은, 상대방이 변명으로 볼 지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이나 행동 이면의 모든 이유를 꼼꼼히 점검하고 살펴서, 제어할 거 제어하고 지킬 거 지키면서, 그렇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반성하는 태도입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스스로 '나는 반성하고 있어요' 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정말 반성하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다신 안 그럴게요' 라는 말, 하지 않아도 신뢰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마찬가지로, 제가 변명따위로 스스로를 변호할 사람도 아닌데 (그런거 혐오하니까) 이유를 들어주지 않고 그저 '변명하는 건가' 라고 취급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이지 최악입니다. '제가 그럴 새끼로 보인다면 인연 끊죠' 라고 하고 싶을 정도입죠.
'이유' 들을 간과하지 않고 제대로 반성하는 사람. 저는 그런 사람을 좋아합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동양권에서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화에 대한 기술이 부족합니다.
대화에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시면 대부분 거부감을 나타내지요.
그러나 사실입니다
대화에서 가장 기초적인 것이 대화 예절이고 그다음이 기술이고 그다음이 깊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는 그 기초가 빠져 있습니다
어쩌면 인성도 제대로 안되어 있다고 생각이 될정도도 있습니다
교육자체가 주입식이 주(主) 이다 보니 대화에 대한 시간적이 여유도 충분한 사색의 시간적이 여유도 전무한 상태에서 지식만 많은 성인이 된다고 봅니다
아는 건 많은데 그걸 잘 활용할 준비는 안되어 있는거죠..
그런상태에서 우리는 대화를 합니다
기초적인 대화 예절도 기술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 할려고 하니 남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단지 자기 자신의 주장을 말하기도 급급하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 간의 협동을 구하기는 소원하기만하며 서로간의 반목을 더 깊어지기만 합니다
어쩌면 대화의 기술도 가장 기초적인 것..
다른이의 말들을 충분히 들어보고 자신의 논지를 비교하여 말한다는 것.
그 것에서 출발하는데 그것을 깨닫는 사람은 많지 않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