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학에서 건축을 배웠다. ★★★★


나는 문학에서 건축을 배웠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억중 (동녘,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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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이라는 기계가 있다.
그 기계의 특성이 시간을 뛰어 넘나들어 천년전의 과거나 천년 후의 미래도 갈수가 있다는 상상속의 기계.
그 기계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내가 잘못했던 실수했던 그 옛날로 되돌아가서 다시 바로잡고 싶고
또 한 1주일만 앞으로 갔다가 로또번호 알아내서 다시 이 시간으로 돌아오고 싶기도 하다.
또한 내 평생의 배필자를 미래로 가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서 사람찾는 시간을 줄이고 싶기도 하다.
 
인간은 원래는 각자의 힘으로 살아왔다.
손수 씨를 뿌려 곡식을 걷어서 그것으로 자급자족하여 내 가족을 먹여 살려왔고
사냥도 직접하여 잡아먹고 살아왔다.
그러던것이 1만년의 시간속에서 분업의 형태로 살아왔지만 그래도 자기가 노력한 만큼만 먹고 살아왔다.
물론 소수의 권력층은 그렇지 않았지만....
그러던 어느 순간 인간은 자기가 노력한 만큼보다 더 얻게 되었다.
금융이 생기고 부터이다.
그때 부터 인간은 시간의 뛰어 넘기시작했다.
공간은 그때부터 중요하지 않게 여기게 되었다.
공간은 공간일뿐....
 
과거의 몇세대가 이루어야 할 부를 한순간에 축적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시간을 정복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또 그러한 시도로 타임머신을 꿈꾸기 시작했고 만들기에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와중에 놓친게 있다.
시간의 정복에 너무 눈을 돌린 나머지 우리는 아주 중요한 것을 놓쳐 버렸다.
 
그것은 공간...
우리가 함께 누리고 살아가는 공간이다.
빛과 같이 흘러가는 유유한 흐름에 시선을 빼앗긴채
우리는 우리가족과 지내는 이 공간을
어릴적에 같이 지냈던 친구의 추억이 있는 공간을
내 사랑이 숨쉬었던 공간을  잃어버렸다.
 
어쩌면 공간은 그대로 있었지만 우리가 그들을 버렸는지도 모른다.
 
공간은 단지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다.
공간은 시간은 내포하는 타임머신과 같은 존재이다.
과거의 추억을 기억하게 하며 현재에 내가 들어설수 있게끔하는 포용력을 가지며
미래에 그 공간을 기약하며 꾸미고 노력하게 할 공간은
그 모든 것을 내포하는 타임머신과 같은 존재이다.
 
그러한 현실속에 존재하는 극히 현실적인 타임머신을 부정하고
우리는 상상의 타임머신에 눈을 빼앗겨 버렸다.
 
 
얼마간 세월이 지나야 비로소 방은 깊고 깊은 속내를 보여준다. 이승에서 저승까지. 삶과 죽음의 인연이 거듭되는 곳, 방은 대를 이어 전해 내려오는 추억의 사원이었음을....
 
..
우리는 현재 우리가 딛고 있는 이 공간을 잊어버렸다.
같이 공유하면서 공유하지 못하는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전의 삶의 탄생과 생활 그리고 죽음까지 공유가 되어 추억이 되고 희망이 되며 미래가 되었던
그 생활의 공간을 잊어버리고
단지 우리는 단지 비어만있는 허무함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밖에서는 새벽비가 내리고 있고
나는 작은 방에서 빗소리가 가득찬 방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공간은 몇년전부터 이순간을 기다려 왔는지 모른다.
단지 책을 채우기위한 방도 아니었고 공부만 하기 위한 방도 잠을 자기 위한 방도 아니었을련지도 모른다.
한 겨울의 새벽에 빗소리 가득차기를
내가 새벽에 일어나 노트북을 켜고
이 글을 쓰기를 이 집이 지어지고 몇년동안
방이라는 공간이 생긴후부터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이 순간 나는 이러한 기다림을 외면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 순간에는 그 나름의 법칙으로 그 이끌림에 순종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 이 작은 방에서
불편한 의자에 까치발을 하듯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공간은 시간뿐만아니라 소리와 냄새와 느낌과 추억이 같이 공존하고 있는
가능태의 공간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던가?
 
이 가능태의 공간을 무시한채 단지 그 일부분인 시간에만 눈을 빼앗긴채 우리는 너무 급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고 나부터 반성을 한다.
 
그리고 단지 눕고 일어나는 공간이 아닌 무언가 내 삶을 지탱하는 그곳이 되어 버린 내방에서 오늘도 이렇게 글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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